신형도시화와 농민공: 외래(外來)인구와 新시민 사이

윤종석 _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최근 중국 사회의 핵심키워드 중 하나는 ‘전환’이다. 중국 내외부적 환경 변화에 맞추어 경제성장 속도가 조정되는 ‘신창타이’(新常態)로 이야기되지만,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인 보다 종합적인 전환의 국면이다. 중국 사회가 19세기 이후 끊임없이 전환되어 갔다고 한다면, 조금 더 긴 호흡으로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의 맥락으로도 볼 수 있다. 그 중 도시화는 시진핑 정권 들어 ‘신형도시화’(新型城鎭化)로 더욱 강조되고 있다. 혹자는 중국 경제 성장의 많은 부분은 도시화에 빚지고 있다고도 이야기한다. 실제로 중국의 도시화 성과는 어마어마하다. 실제 도시에서 살고 있는 인구는 1978년 1.7억명에서 2014년 7.5억명으로 증가하여 도시화율(인구 기준)은 54.77%에 달했다. 더구나 1000만명 이상의 도시가 6개, 100만명 이상의 도시가 142개나 되는 등, 중국은 이미 상당수 도시화되었다. 그러나 도시호구를 가진 인구를 기준으로 할 때 도시화율은 40%에 미치지 못한다. 최근의 ‘신형도시화’란 이런 맥락에서 강조된다. 즉 상당수의 유동인구를 호구를 갖춘 인구로 전환하는 ‘사람의 도시화’가 그 핵심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1억명의 인구에게 도시호구를 부여하여 실질적인 도시화율을 60%까지 높이고자 한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 정부는 작년부터 호구제도와 거주증제도에 대한 개혁방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문제는 ‘사람’이다. 5-6년만에 1억명에게 도시호구를 줄 수 있는데도 왜 주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은 뒤로 돌리더라도, 누가 도시호구를 받게 될 것이며, 이것이 어떠한 사회적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질문이 필요하다. 더구나, 외부로부터 도시로 유입된 ‘외래인구(外來人口)’의 상당수는 이른바 농민공(農民工)이다. 그간 도시에서 받았던 사회경제적인 차별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환영할 만하지만, 이들에게 바로 도시호구를 준다는 것은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도시의 현대적인 물질생활에 익숙한, 문화와 교양을 갖춘, 소비자로서의 도시인의 이미지는 마치 꿈처럼 보이는데 반해, 농민공은 인적, 사회적 자원도 부족하고 도시 내에서 사회경제적 차별을 받으며 엄혹한 현실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민공은 여러 이름으로 불리어왔다. 중국판 공돌이/공순이(打工仔/妹), 촌뜨기(?巴?), 소외집단(弱勢群體)으로부터, 도시건설자(城市建設者), 新시민, 新노동자까지, 복합적인 모습이 모두 담겨있다.

  

다음 표는 선전(深?) 지역에서 도시 호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조건을 보여준다. 선전은 경제특구로서 개혁개방 이후 가장 빠르게 성장한 지역 중 하나인데다, 대부분의 인구가 외부로부터 유입된 지역이다. 따라서 외래인구에 대한 사회정책도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빠르게 변화한다는 점에서 주요한 참조점이 된다.1) 더구나 표에 나오는 점수적립제 호구부여(?分入?) 방식은 이미 다른 중대도시 수준으로 확장하겠다는 중앙정부의 방침이 발표된 바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1급지표

2급지표

점수(3급지표)

설명

개인

학력

/기술기능

60-100 (학력)

20-100(기술기능)

학력: 전문대학 이상

기술기능: 초급공 이상

* 학력과 기술기능이 결합되어 점수가 부여되기도 함

기능대회

10-60

구급 3등상 - 국가급 1등상

발명창조

최고 50

발명특허와 실용신안

표창영예

25

최근 5년간 선전시 당위원회와 정부가 수여한 표창, 영예

납세

개인소득세

30-100

납세액 구간에 따라 점수 부여

기업운영

30-100

기업세 54만위안 이상

투자

30-100

기업세 11만위안 이상

개체공상호경영자

30-100

납세액 5.4만위안 이상

보험

참가

양로보험

매년 3점

보험참가의 최대점수는 60점

기타사회보험

보험별 매년 1점

주거

거주조건

20-30

부동산 소유

거주기간

1-10

매년 1점

연령

실제연령

18-35세: 5

35-40세: 1

40세이상: 감점

40-45세는 1년마다 2점씩 감점

45세 이상은 1년마다 5점씩 감점

장려

추가점수

사회서비스

(최근 5년)

(선전 지역)

2-5 (헌혈)

5-10 (자원봉사)

1-3 (자선기부)

헌혈은 건별 점수

자원봉사는 표창/등급 중 가장 높은 건만 인정

자선기부는 2천위안마다 1점

신청단위

10

호구를 신청한 단위가 연속으로 산재보험을 1년 이상 납부했을 경우

감점

신용불량

1건당 20/40

선전시 개인신용조회의 경우 20점

인력자원보장부문의 인재영입계통의 경우 40점

위법

1건당 80

 

산아제한 위반

자녀 1명당 50

접수처리가 완료된 후 5년간 인재영입 신청할 수 없음.

5년이 지난 후 자녀 1명당 50점 감액

자료출처: <2015年深??分入?指?及分?表>(深?市人力?源和社?保障局)

http://bsy.sz.bendibao.com/bsyDetail/609575.html (검색일: 2015년 6월 30일)
* 윤종석(2015)에서 재인용. 선전 지역에서는 총 점수 100점이 넘으면 호구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 표의 자격조건은 누가 선전 지역의 사회경제적 발전과 전환에 공헌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학력과 기술을 갖춘 사람들은 노동자로서, 자본과 경영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경영자와 투자자로서 선전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안정적인 거주, 조세 및 사회보험 납부 등 선전의 사회경제를 지탱하는 주요한 행위자이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헌혈, 자원봉사, 자선기부 등 사회서비스에 대한 가점들이다. 즉 개인의 자질과 역량뿐만 아니라 개인의 의지 또한 자격조건으로 계산되어진다. 더구나 이들은 젊어야 한다. 35세만 넘어가도 가점은 줄어들고, 40세가 넘어가면 감점이 되기 시작한다. 단순화한다면, 역량과 자질을 갖춘 데다 사회발전에 의지를 갖춘 청년들, 바로 이것이 선전 지역에서 요구하는 新시민의 자격이다.


출처: 필자가 선전과학관 지하철 역 주변에서 직접 찍은 사진


선전에 가면 ‘시민’이란 이름이 강조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선전에는 ‘인민광장’이 아니라 현대적인 ‘시민센터(市民中心)’를 중심으로 박물관, 전시관, 도서관 등 시민문화시설이 위치하며, 곳곳에 ‘시민’, ‘新시민’이란 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선전지역에 자원봉사자가 많은 것도, 중국 내에서 가장 먼저 자원봉사자연합단체가 결성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선전의 ‘10대관념’(2010)에서는, “선전에 온 사람은 곧 선전인”이라며 포괄/포용적인 시민범주를 강조하고, “남에게 장미를 주면, 내손에는 향기가 남는다”는 것처럼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미덕으로 칭송한다. 실제로 안정적인 직장과 주소를 갖는다면, 농민공들도 ‘거주증(居住證)’을 취득하여 상당수의 도시공공재를 향유할 수도 있다. 또한 열정적인 자원봉사와 늘어가는 사회조직을 통해서 기존보다 더 많은 사회적 네트워크를 도시에서 누릴 수 있을 듯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수의 농민공들에게 선전 호구는 현실과 먼 꿈과 같다. 엄청나게 치솟은 부동산 가격과 물가는 그들의 적은 소득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여전히 ‘농민공’이란 이름은 사회적 낙인처럼 문화적인 차별을 드러낸다. 이들의 상당수는 여전히 더 높은 임금을 찾아서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보다 명확해진 호구자격 조건은 그들에게 스스로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계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일정정도의 권한을 부여하는(empower) ‘시민권의 정치’ 속에서 개개인의 자기계발 의지는 더욱 충만해질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선전으로 유입된 외래인구들의 자녀들인 ‘2세대(深二代)’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더욱 선전 지역에 대해 애착과 희망을 갖고 있으며, 활발한 사회참여의 의지와 도시민으로서의 권리의식을 갖고 있다고 보고된다.

  

결국 최근 호구제도 개혁과 신형도시화는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도시로의 유입을 금지하는 엄격한 호구제도 하에서 임시거주증 등은 일시적인 형태인데 반해, 거주증과 점수적립제 호구부여 방식은 보다 본격적으로 지리적 이동과 도시로의 편입을 제도화하는 조치이다. 그리고 ‘新시민’은 과거 낙인과 같던 ‘농민공’을 현대적인 ‘시민’으로 대체하는 훌륭한 표상이다. 그러나 도시호구를 갖춘 ‘시민’으로 가는 길이 잘 닦여져 있다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 길이 실제로 상당수의 농민공을 위한 길이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까지 점수적립제 방식을 통해 호구를 취득한 상당수는 다른 도시 출신이다. 정부의 계산이 복잡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농민공들의 계산 또한 더욱 복잡해진다. 농민공의 상당수는 여전히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중대도시에 남아있기는 너무 고되고, 소도시로 가자니 쉽게 계산이 서지 않는 상황에 놓여있는 현실 속에서 그 복합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참고문헌: 윤종석, 「‘선전의 꿈’과 발전담론의 전환: 2000년대 사회적 논쟁을 통해 본 선전 경제특구의 새로운 위상 정립」, 『현대중국연구』 제17집 1호, 2015.





1) 사실 점수적립제 호구부여 방식은 광둥의 중산(中山)지역에서 가장 먼저 실시되었다고 하지만, 선전 등 광둥지역과 상하이 지역에서 또한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형태의 호구부여방식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