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화요리, 그 ‘식(食)’과 ‘설(說)’ (9)


湖南炒碼?(후난 차오마미엔) 짬뽕의 기원인가?

주희풍 _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炒碼?(차오마미엔, ch?om?mi?n).


한국의 화교사회에서는 짬뽕(ちゃんぽん 잔폰)을 차오마미엔이라고 부른다. 흔히 알고 있는 초마면이다. 국어사전에서 “炒碼?(초마면) [같은 말] 짬뽕(1. 중화요리의 하나)”이라고 나온다. 이름만으로 보았을 때는 짬뽕이 곧 차오마미엔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의 짬뽕이 나가사키짬뽕(長崎ちゃんぽん)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짬뽕의 일본어 발음은 잔폰(ちゃんぽん)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가 있다. 일본의 화교사회에서도 잔폰을 차오마미엔이라고 부를까? 초보적인 조사지만 일본 화교사회에서는 잔폰을 차오마미엔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잔폰의 원조 격인 나가사키짬뽕을 개발했다는 시카이로(四海樓)의 홈페이지에는 잔폰의 유래 (ちゃんぽんの由來)1)가 기술되어 있는데,


ちゃんぽんのル?ツは福建料理の『湯肉絲?(とんにいしいめん)』である。湯肉絲?は?を主?と して豚肉、椎茸、筍、ねぎなどを入れたあっさりしたス?プ。これに四海樓の初代 陳平順(ちんへ いじゅん)がボリュ?ムをつけて濃い目のス?プ、豊富な具、?自のコシのある?を日本風にアレン ジして考案したものが『ちゃんぽん』である。


잔폰의 뿌리는 중국 푸젠성(福建省)의 요리인 “탕러우스미엔(湯肉絲?)”이다. 탕러우스미엔은 돼지고기, 표고버섯, 죽순, 파 등을 넣은 담백한 국물의 면이 주재료인 요리다. 시카이로(四海樓) 의 초대 창업자인 陳平順(진평순, 첸핑슌)이 일본풍에 맞게 국물은 더욱 진하게, 재료는 더욱 풍 부하게, 국수는 더욱 쫄깃하게 고안한 것이 ‘잔폰’이다.


‘炒碼?(차오마미엔)’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홈페이지 전체에서도 ‘炒碼?(차오마미엔)’이라는 단어가 전혀 언급되지 않으며 검색엔진 야후 재팬 (www.yahoo.co.jp)에서도 차오마미엔과 잔폰의 관련성을 찾지 못했다.2) 한국의 화교사회에서는 왜 짬뽕을 탕러우스미엔(湯肉絲?)이라고 부르지 않고 차오마미엔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그렇다면 차오마미엔과 잔폰은 전혀 다른 음식이 아닐까? 단순하게 차오마미엔을 잔폰 그러니까 짬뽕이라고 이름만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닐까? 이와 같은 질문을 충족시킬만한 하나의 예가 있다.


우동(うどん, ??).

통통한 면을 익혀 다양한 고명을 올려 먹는 일본의 대표적인 면 요리이다.


우동(うどん, ??)


한국의 중화요리점에도 우동이 있다. 위키피디아(Wikipedia)에서는 “우동은 일본 음식이나, 한국의 중국 음식점에서 파는 우동은 일본식 우동과 매우 다르며, 오히려 울면이나 매운 맛이 없는 짬뽕에 가깝다.”고 한다.3)


한국 중화요리점의 우동(大??)


위키피디아의 설명과 같이, 한국의 우동은 일본의 우동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화교사회에서는 중화요리점의 우동을 따루미엔(大??, d?l?mi?n)이라고 부른다. 따루미엔은 중국 전역에서 즐겨먹는 면 요리이다. 물론 지역마다 매우 다른 형태를 띤다. 중국 산둥(山東)성 옌타이(烟台)시 푸산(福山)의 福山大?(푸산따미엔)4)에서 한국 중화요리점의 따루미엔과 같은 이름의 면 요리가 언급된다.


福山民??喜事,宴?的主食多是福山大面。……19世?末20世?初,福山大面制作技??始?播海外,?至今日,日、?、英、法、美等?家的中餐?仍??着福山大面。…… 福山大面由面?、面?和面?三部分?成。…… 面?有大?、??、炸?、麻汁、…… 面?中的大?、??和炸?,多是用?地的新?蔬菜、海?、?猪肉、?肉和?北木耳等主?料烹?而成的,…… 。


푸산(福山) 민간에서 찬치가 있을 때 찬치 음식의 주식으로는 대부분 福山大?(푸산따미엔)으로 한다. …… 19세기말 20세기 초 푸산따미엔의 조리기술이 해외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 한국, 영국, 프랑스, 미국 등 나라의 중식당에서는 여전히 푸산따미엔을 팔고 있다. …… 푸산따미엔은 국수(面?), 건더기스프(面?)와 국수와 겹드려 먹는 채소(面?)로 구성되어 있다. …… 건더기스프(面?)는 大?(따루), ??(원루), 炸?(짜장), 麻汁(마쯔), …… 건더기스프(面?) 중의 大?(따루), ??(원루), 炸?(자장)은 그 지역의 신선한 야채, 해물, 돼지고기, 닭고기와 목이버섯 등의 주·부 재료로 만들어진다. …… 


따루미엔의 大?(따루), 원루미엔의 ??(원루)5), 짜장면의 炸?(짜장)과 같은 익숙한 음식의 이름들이 보인다. 원루미엔(???)은 흔히 말하는 울면이다. 흥미롭게도 이 세 가지 면 요리는 한국 중화요리점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인 우동, 짜장, 울면인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한국 화교사회에서 기억하고 있는 두 전설적인 중화요리점 공화춘(共和春)과 중화루(中華樓)의 초대 창업자 모두가 중국 산둥성 옌타이시의 푸산(福山) 출신이라는 점이다. 음식 현지화 과정을 거친 푸산의 따루미엔이 지금 한국 중화요리점의 우동으로 불리고 있다는 개연성이 크다. 이렇듯 중국의 요리가 일본의 요리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또 있는데, 일본의 튀김 요리인 덴푸라(天浮羅, てんぷら)가 또 하나의 예이다. 한국 중화요리점에서는 ‘자러우(炸肉)’라고 부르는데 루차이(魯菜)의 산둥쑤러우(山東?肉)의 현지화 된 요리 쯤 될 것이다.


그렇다면 차우마미엔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짬뽕으로 불리지는 않았을까?


명동 한성소학교 근처 화교가 운영하는 중화요리점의 메뉴판이다.

‘덴뿌라’라는 메뉴가 눈에 띤다. 옆에 짜장면, 우동, 울면도 보인다.


예상과 달리 차우마미엔을 중국 산둥(山東)성이 아닌 후난(湖南)성 장사(長沙)에서 찾을 수 있었다. 차우마미엔은 매우 독특한 조리법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면 요리와 달리 부재료를 차우(炒) 즉 볶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炒碼?(차오마미엔)’, ‘碼’를 볶아낸 면 요리이다6).


  “?”者乃“?以?面之配料”,炒?面是地道的湖南??待客佳品。配料其?是各式各?的小菜, 所炒者,多??,如香?菜心、腰?、肝椒、牛肉等,每碗面配的菜都是?傅用小??炒的,香??地直接“?”在?面中,那?香,不?一碗是??不到的。炒?面?北方常?的炒菜?面不同的是?底,??湖南面的出味也有?大?助,堪???所在,据?是老?、大骨?、金?火腿熬出?的。


‘마(碼)’국물 위에 얹는 부재료이다. 차우마미엔은 후난성 각 마을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토속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면 요리이다. 사실 부재료로는 여러 가지 평범한 재료를 사용하는데 보통 채를 썰어 볶는다. 예를 들면 버섯과 초이삼, 콩팥과 닭고기, 간과 고추, 소고기 등. 부재료는 모두 조리사가 주문과 동시에 조리를 한다. 향긋한 냄새가 가시기 전에 볶아낸 ‘마(碼)’를 탕면 위에 얹는다. 그 향긋함 먹어보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 없는 맛이다. 차우마미엔은 화북 쪽에서 즐겨 먹는 차우차이라오미엔(炒菜撈?)과 다른 것은 바로 육수에 있다. 육수는 후난성 면 요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노계닭, 돼지다리뼈, 저장성(浙江省) 진화(金華)의 소금에 절여 불에 그슬린 돼지다리 낸 육수가 레시피의 포인트이다. 


‘마(碼)’는 볶아서 탕면 위에 얹는 조리법과 부재료를 채를 썰어 손질하는 조리법과 육수를 사용한다는 조리법이 한국의 차우마미엔과 매우 닮아 있다. 육수를 노계닭과 돼지다리뼈러 우려내는 것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중화요리의 화교요리사가 산둥 자오동(膠東) 출신이라는 점과 후난 성이 지리적으로 한반도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 한국 차우마미엔과 후난 차우마미엔의 개연성을 떨어뜨린다. 게다가 음식의 계보 면에서도 산둥 요리는 루차이(魯菜)에 속하는 반면 후난 요리는 샹차이(湘菜)에 속한다.



후난 차오마미엔(湖南炒碼?)


한국의 화교 사회에서는 중화루(中華樓)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초창기 중화루의 주방에는 세 개 파(派)의 요리사들이 운집했다고 한다. 하나는 북양파(北洋派) 하나는 남양파(南洋派) 또 하나는 광동파(廣東派)이다. 광동파는 중국 광둥성 지역을 가리키고, 장쑤(江蘇)성 이북을 북양파 이남을 남양파라 한다. 1933년 10월 8일 인천부(仁川府)에서는 인천부사(仁川府史)를 발행했는데 여기에 북양방(北洋幇), 남양방(南洋幇), 광동방(廣東幇)이 언급된다. 초창기 중국인들이 한국에 온 관련 기록은 없으나 3개 방(幇)의 중국인들이 회관을 설립해 상공업을 이끌었다고 한다. 후난(湖南)성은 장쑤성 이남에 있으며 광둥성 바로 옆에 있는 성(省)이다. 성의 수도(省都) 장사(長沙)는 남양에 속하는 장시(江西)성과 매우 인접해 있다. 지리적으로 남양방 혹은 광동방을 따라 유입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후난 차오마미엔이 한국의 차오마미엔의 기원이라는 개연성이 조금은 높아진 셈이다.


중국지도, 빨간 동그라미 친 것이 이글에서 언급된 지역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차오마미엔(炒碼?)이라고 하면 후난 차오마미엔 뿐이다. 후난성은 내륙지방이기 때문에 해물이 귀하다. 그래서 그런지 후난 차오마미엔에는 해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차오마미엔과 재료 손질과 조리과 과정이 매우 흡사하다. 한국의 차오마미엔은 분명 음식 현지화로 다시 조리된 요리이다. 현지화에 맞게 해물과 경제성을 고려하여 한국 중화요리에 자주 쓰이는 채소가 사용됐을 것이다. 음식의 현지화는 자연적이면서도 필연적이어서 소홀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화교요리사들은 炒碼?에서의 ‘碼’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 ‘碼’는 차이마(菜碼), 미엔마(?碼)의 뜻으로 면 요리에 들어가는 부재료를 말한다. ‘碼’는 면 요리에만 국한 되는 전문용어인데 거의 모든 화교요리사들이 ‘碼’를 모든 요리의 재료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해석은 차오마미엔의 정체성에 대한 혼돈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인천 중구에는 산둥 자오동(膠東) 출신 화교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사료에 기록되어 있듯이 남양방과 광동방 출신 화교도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차오마미엔이라는 말과 차모마미엔이라는 음식. 사람이 있는 곳에는 그 사람들이 쓰는 말과 그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반드시 존재한다.


이 글은 한국의 차오마미엔의 기원이 후난 차오마미엔이라는 단서를 찾는데 노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한국의 차오마미엔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남양방과 광동방 출신 화교들에 의해 현지화가 된 후난 차오마미엔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참고문헌>


진유광 저/ 이용재 역 『중국인 디아스포라―한국화교 이야기』, 한국학술정보(주)

리싱콴 2008 《19세기말 조선에서의 淸商 활동 연구 ?1882~1894년을 중심으로-》, 『전북사학』 2008, vol. no.32, pp. 89-115 (27 pages)

주영하 2008 《나가사키 화교음식 ‘잔뽄’이 한국에 있는 까닭》, 『음식으로 본 한중일 문화인류학?』 2008년 7월 01일 통권 586호(p518~531)


박은경 1981 《화교의 정착과 이동 : 한국의 경우》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http://terms.naver.com

http://www.pholar.co

http://blog.naver.com/bulgariyann/220285890260

http://www.changsha.cn

http://image.baidu.com




1) 일본 시카이로(四海樓) 홈페이지에서 발취한 내용임. http://www.shikairou.com/2.htm.


2) 야후 재팬에서 ‘炒碼?’을 검색한 결과 일본의 잔폰(ちゃんぽん)과는 관련이 없는 한국의 짬뽕이 검색되기도 하는데 대부분이 일본에서 한국 중화요리를 판매하는 식당이다.


3) 위키백과 《한국의 중화요리》 참고. https://ko.wikipedia.org.


4) 烟台晩報(옌타이 석간) 2013년, 10월 22일 화요일 A32면 烟台街(옌타이 거리)에서 발취한 내용임. http://www.shm.com.cn/ytwb/html/2013-10/22/content_2952446.htm


5) 중국대륙에서 ‘?’를 ‘?’의 간소화된 형태로 사용하고 있다. 간소화 되는 과정에서 ‘鹵’와 ‘?’가 ‘?’로 동일하게 쓰인다.


6) 星辰在? 2004년 02월 17일 01:16분 正宗湖南炒?面(정통 후난 차우마미엔) 보도에서 발취.

  http://www.changsha.cn/life/meishi/xiangweifengcai/t20040217_120781.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