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화요리, 그 ‘식(食)’과 ‘설(說)’ (3)

주희풍 _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짜장면을 먹다보면 짬뽕을 먹지 못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짜장면과 짬뽕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그야말로 ‘고뇌에 찬 결단’이 필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고뇌를 다소나마 희석시켜줄 수 있는 요리가 새로 나왔다. 짜장면과 짬뽕의 믹스매치인 이른바 ‘짬짜면’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튼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와 같은 말이 생길 정도로, 한국인의 짜장면과 짬뽕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


짬짜면 


한때 짜장면에 대한 표기법 논란이 있었다. 그러면서 짜장면의 시초가 현재 인천차이나타운에 소재한 짜장면박물관의 전신인 ‘공화춘(共和春)’이고, 짜장면은 중국에서 한국에 진출한 중국인 부두노동자들이 값도 싸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채소와 고기를 넣고 볶은 춘장에 국수를 비벼먹는 음식1)이라는 탄생 배경이 아울러 나오게 되었다. 공화춘(共和春)은 인천광역시 중구 선린동에 위치한 옛 중화 요릿집 건물이며 대한민국의 등록문화재 제246호이다. 1912년에 개업한 공화춘은 대한민국에서 짜장면을 최초로 개발해 판매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식당은 산동 출신의 화교 위시광(于希光, 1886년~1949년)이 1912년에 개업해 운영하다가 1983년에 폐업했고, 2012년 4월에 짜장면박물관으로 개관해 운영되고 있다. 짜장면은 중국 산동지역의 가정식이었던 짜쟝미엔(炸醬麵)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어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한다.2)


공화춘(共和春) 짜장면


한편, 짬뽕은 나가사키짬뽕(長崎ちゃんぽん)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예전에는 시나우동(支那??)이라고 불리기도 했다는데, 1899년 중국의 푸젠성(福建省)에서 일본의 나가사키(長崎)로 이주한 천핑순(陳平順, 1873∼1939년)이라는 사람이 처음 개발했다고 한다. 시카이로(四海樓)에서 중화 요릿집을 운영했던 천핑순이 나가사키에서 생활하고 있던 화교나 중국유학생을 위해 저렴하면서도 푸짐하고 영양도 풍부한 메뉴를 고민하다가 그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해산물을 이용해 나가사키짬뽕을 개발했다는 것이다.3) 시카이로(四海樓)의 2층에는 짬뽕박물관이 마련되어 있다. 나가사키짬뽕의 원형은 푸젠성 요리인 톤니시이미엔(湯肉絲麵)이라고 하는데, 면을 주로 하여 돼지고기, 버섯, 죽순, 파 등을 넣는 국물이 있는 요리다. 당시 천핑순이 식당에서 쓰다 남은 여러 가지 식재료를 가지고 짬뽕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4)


시카이로(四海樓) 나가사키짬뽕


여기서 공화춘의 짜장면과 시카이로의 나가사키짬뽕 이 두 음식의 공통점을 정리해보겠다. 첫째, 당시 두 식당은 모두 규모도 크고 유명했던 고급 요릿집이다.5) 둘째, 이 두 음식은 주머니 사정이 그리 좋지 않은 이들을 위한 저렴한 음식이다. 셋째, 공화춘은 짜장면을 최초로 개발한 식당이고, 시카이로 역시 짬뽕을 최초로 개발한 식당이다. 넷째, 이 두 음식의 원형을 점주의 고향에서 찾을 수 있다. 다섯째, 이 두 음식점은 모두 차이나타운에 위치한다. 여섯째, 이 두 음식점은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6) 그리고 일곱째로 이 두 음식은 내적인 요소보다는 외적인 요소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 외적인 공통점을 살펴보다보면 다음과 같은 모순점이 발견된다. 첫째, 규모가 상당한 고급 요릿집에서 경제논리에 맞지 않게 남루한 노동자와 가난한 유학생을 위해 저렴한 음식을 개발해 팔았다는 점이다. 둘째, 점주들의 고향에는 짜장면과 짬뽕과 동일한 음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7) 셋째, 음식 개발에 관한 이견들이 많다는 점이다.8)

  

한국과 일본은 지자체 간의 차이나타운 유치 열기가 치열한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그 치열함 속에서 마케팅전략이라는 이름으로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할 상품들이 나와야 함은 당연한 이치일 게다. ‘최초’, ‘최고’, ‘원조’, ‘전통’, ‘맛집’, ‘연예인’ 등의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면서 행사나 축제 혹은 이벤트라는 이름으로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아래의 사진은 순서대로 인천 차이나타운, 일본 차이나타운 그리고 미국 차이나타운이다. 이 세 장의 사진을 비교해보자.


인천 차이나타운 일본 차이나타운 미국 차이나타운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차이나타운은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업종이 매우 다양하다. 여행사, 이발소, 음식점, 한약재상, 변호사사무실, 의상실 등 소위 말하는 ‘싼바다오(三把刀, 세 자루의 칼)’9)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의 차이나타운에는 음식점 간판만이 보인다.10) ‘타운(town)’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이다. 차이나타운의 사전적 의미는 “외국에 사는 화교들이 세운 중국식 거리”이다. 이 해석에 부합하는 사진은 미국 차이나타운뿐일 것이다. 애석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차이나타운은 음식점만이 즐비한 관광지 음식점 거리와 같은 모습이다.


이상으로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닮아 있는 짜장면과 짬뽕의 외적인 공통점과 한국과 일본 차이나타운의 유사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는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 글의 내용과 다소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 사례 한 가지를 들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하겠다. 중국에서는 백두산(중국명: 長白山) 천지에 괴물이 출몰한다는 소문과 초점이 정확하지 않는 사진 몇 장만으로 지자체의 관광수익이 1200% 이상 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을 사기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고도의 마케팅전략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백두산 천지 괴물 사진

  

짜장면과 짬뽕에 얽힌 ‘설’이 혹시 저 멀리 백두산 천지의 괴물과 같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필자소개>

주희풍, 1975년생. 인천화교소학, 인천중산중학 졸업.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http://ca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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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erms.naver.com

http://www.shikairou.com                       

http://terms.naver.com 

http://image.baidu.com

http://image.baid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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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v.cntv.cn(중국 cctv)



1) 위키백과 참고.

   http://ko.wikipedia.org/wiki/%EC%A7%9C%EC%9E%A5%EB%A9%B4.


2) 위키백과 참고.

   http://ko.wikipedia.org/wiki/%EA%B3%B5%ED%99%94%EC%B6%98.


3) 세계 음식명 백과에서 인용.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094377&cid=42717&categoryId=42718


4) 세계 음식명 백과에서 인용.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054327&cid=48179&categoryId=48238


5) 시카이로(四海樓)의 당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사진은 없지만 현재의 모습과 기록으로 미루어 볼 때 상당 규모의 고급 음식점이다.


6) 필자는 공화춘의 창업주인 우희광(于希光)의 손자와 초·중·고 동창이면서 친한 친구이다. 공화춘은 박물관으로만 운영되고 있지만 건물 일부에는 박물관을 마련하면서 시카이로와 같이 중국음식점으로 운영하자는 계획과 제의가 있었다고 한다.


7) 2010년 방영된 sbs 스페셜 《짜장면의 진실》편에서 짜장면의 원형을 산둥성에서 찾지는 못하고 북경에서 찾는다. http://youtu.be/FKddWhRKMCk


8) 동상.


9) 흔히 화교들을 요리사의 칼, 이발사의 칼, 재봉사의 가위를 일컫는 '싼바다오(三把刀, 세 자루의 칼)'만 들고 건너온 이들이라고 부른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국 화교들에만 해당되는 말이다.


10)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기념품 가게와 중국과자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