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중국 회사법은 변모해 왔는가?

이호현 _ 성균관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


전통시기, 법보다는 주로 관행에 의존해서 이루어졌던 중국의 상업 활동은 아편전쟁 이 후, 중국이 세계 자본주의 시장질서 속으로 진입하면서 점차 새로운 시장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다. 당연히 서구와 경쟁 속에서 중국인들은 그들의 새로운 ‘규칙’에 맞춰 나가야만 했고, 자연스럽게 관련 서구 ‘제도’들이 소개되었다. 그 중에는 ‘회사법’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 기존 조직을 어떻게 회사로 규정지어 법률적 보호, 규제를 행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고, 이는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이라는 또 한 번의 정치, 경제적 급변속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시진핑 정부가 내세운 ‘依法治國’(중국공산당 18기 4중전회, 2014년 10월 20~23일)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 중국정부에서도 법률적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주제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중국 회사법1은 크게 8차례 변화를 겪어왔다. 1904년 청조에 의해 제정된 ?欽定大淸商律: 公司律?(이하 ?公司律?) 시작으로 1914년 ?公司條例?, 1929년, 1946년 ?中華民國公司法?, 그리고 1993년 ?中華人民共和國公司法?, 이후 1999년, 2004년, 2005년, 2013년 회사법이 개정되었다. 가장 기본적인 틀을 제공한 것은 1914년 ?公司條例?와 1993년 ?中華人民共和國公司法?이었다. 물론 1904년 ?公司律?의 제정도 최초의 회사법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 제1조는 “자본을 모아 함께 장사[貿易]하는 경우 이를 회사라 명명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최초로 회사법에 적용을 받는 ‘회사’를 개념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법률적 조항이 단순하고, 그나마 청조가 곧바로 멸망하는 바람에 제대로 시행도 되지 못하였다.


무엇보다 법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회사의 법인화는 1914년 ?公司條例? 때 처음 등장한다. 또한 회사법에 보호, 규제를 받는 회사로서 “무한회사[無限公司], 양합회사[兩合公司], 주식회사[有限股?公司], 고분양합회사[股?兩合公司]”로 분류, 그 성격을 규정하였고, 이는 중화민국시기 동안 기본적인 틀로 자리 잡았다. 이후 1929년 한차례 수정을 거쳐 1946년 전시상황 속에서 국민당은 새롭게 정부의 직접 투자나 民資에 대한 투자 그리고 외국인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中華民國公司法?을 개정, 기존 회사와 함께 유한회사와 외국회사에 대한 규정을 신설하였다. 특히 외국회사에 대한 규정은 아편전쟁 이후 관련 법규의 부재로 거의 치외법권적 보호를 받던 외국회사에 대한 중국 법률적용이 가능해 졌다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유한회사는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거대한 정치사회적 격변 속에서도 회사법의 연속성 ? 국영, 민영회사 모두 유한(책임)회사로 규정 ?을 보여준다는 점에 의의가 있었다.


사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직후 毛澤東은 관료자본을 몰수, 모두 2858개의 회사를 인민정부 산하로 귀속시켰으며, 기존의 회사들을 점차 국유화하면서 관련 회사제도도 정비해나갔다. 당시 가장 대표적인 법률조례로서 제정된 ?公私合營工業企業暫行條例?는 기존 중국자본가의 경영권과 소유권 박탈, 일부 산업에만 적용되던 ‘公私合營’ 형태의 기업 운영 방식을 모든 산업으로 확장, 그리고 기업의 이윤분배방식으로 ‘四馬分肥’ 원칙2을 확고히 한 특징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도 개혁개방정책 실시와 함께 급변, 특히 鄧小平의 ‘南巡講話’ 이후 정식 회사법 제정 속도가 가속화되어, 1993년 ?中華人民共和國公司法?이 제정되었다.(제8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제5차 회의) 여기에서 규정된 회사는 “이 법에 의거하여 중국 경내에 설립한 유한책임회사와 주식회사를 지칭한다”(제2조), “유한책임회사는 주주가 자신이 출자한 금액만큼 책임을 부담하는 회사이며, 주식회사는 자본을 균등한 주식으로 분할하여 발행하고, 주주는 주식의 인수액을 한도로 책임을 부담하는 회사”라고 정의하고 있다(제3조). 그러나 무엇보다 1993년 회사법 제정은 중요한 개혁의 단초를 제공했는데, 바로 재산권에 대한 개혁이었다. 재산권 개혁이란 회사의 소유구조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 앞서 언급한 계획경제시기 소유권이 모두 회사로 귀속됨을 의미했다. 이 후 1999년, 2003년, 2005, 2013년 회사법의 개정은 중국 내 기업 설립과 창업을 용이하고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었으며 회사설립 조건이 대폭 완화되었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러한 회사법의 변천은 회사법을 적용받는 회사(개념)뿐만 아니라 그 규정된 회사성격의 변화에 의미가 있다. 특히 제도로서 근대적 회사법의 특징은 회사채무관계에 관한 ‘유한책임제’, 자유로운 양도권 매매, 그리고 주주의 평등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중화민국시기 회사로 지칭된 ‘무한회사’는 주주의 회사 채무에 대한 무한책임을 특징으로 하는 것이었고, 양합회사는 유한책임주주와 무한책임주주가 함께 공존하는 회사였으며 이는 중화인민공화국 성립과 함께 사라져 현재 유한책임제만 존재하고 있다. 또한 가장 근대적 회사형태인 주식회사에 대한 성격규정도 주주의 평등이라는 측면에서 대주주 권한제한, 소액주주 보호는 물론 투자활성화나 회사설립의 용이를 위한 우선주발행 인정, 최저자본금제도 등의 폐지, 관련 법규들의 규정 완화 등이 회사법 개정의 추세였다. 적어도 법률적으론 전통시기에서 지금까지 사회변화에 발맞추어 회사법이 점차 ‘근대적’으로 제정, 개정되어 진행되어 오고 있다.


다만, 이러한 법률적 속성과 함께 지적되어야 할 점은 회사법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당시 사회에서 행해지고 있었던 전통적 형태의 合股(혹은 合?)는 ?中華民國民法?의 법률적 적용을 받았고,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사라진 무한회사와 양합회사는 이와 유사한 형태가 ?中華人民共和國合?企業法?(1997년)의 법률적 적용을 받고 있다. 즉 회사법 테두리에는 없지만, 여전히 그 조직형태가 잔존 ? 수치상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정도? 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법만으로 상업활동과 관련된 제반 법률적 속성을 진단할 수는 없는 점이다. 특히 법률적 규정과 실제 적용문제는 중국에서 아직까지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기 때문에 ‘회사법’에 대한 평가 또한 관련 법규와 비교, 사례연구 등등이 보완되어야 좀 더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순서대로 다음과 같다:

http://www.tianmomo.com/Download/Others/ZhonghuaRenminGongheguo-Gongsifa-2005.html



1 중국에서는 회사법을 ?公司法?이라 명명하고 있다. 중국어로서 ‘公司’는 우리에겐 회사, 기업 등으로 번역가능한데, 현 중국법률에서는 ‘公司’와 ‘企業’을 별개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본문에서 다루는 ?公司法?은 회사법으로 번역하였다.


2 四馬分肥란 기업의 이윤을 국가소득세, 기업이익준비금, 노동자복리후생비, 자본가배당금으로 구분하는 것으로 이는 기업 이윤의 대부분이 국가와 노동자에게 돌아감을 의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