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미얀마 송유관의 정치적 동학

김송죽 _ 인천대학교 HK 연구교수

 

2013년 12월에 완공된 중국-미얀마 송유관은 석유수입국 입장에서도 충분히 자국의 정치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일반적으로 OPEC, 러시아, 베네수엘라와 같은 석유생산국이 자원을 무기로 자국의 정치외교적 이익을 도모해 왔다. 그러나 중국이 주도하여 건설된 접경국과의 국제송유관 건설은 한국-북한-러시아 국제가스관 및 국제철도를 건설하려는 우리입장에서도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2003년부터 세계2위의 석유수입국이자 석유소비국이 된 중국1)은 석유수입의 중동 의존도가 심화되는 것을 탈피하고자 아프리카와 남미, 유럽, 중앙아시아 등 석유 공급선 확대와 수송로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석유수입국 입장에서는 석유확보 못지않게 수송로의 확보와 그 안정성이 매우 중대한 사항하다. 왜냐하면 석유수입국이 산유국으로부터 석유를 확보하였다 하더라도, 자국 내로 안전하게 수송 받아야만 실제적으로 각종 산업분야와 경제발전에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해상수송로의 유조선과 육상수송로의 철도를 이용하여 석유를 공급받았던 중국이 최근 국제송유관(Transnational Oil Pipeline) 건설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2009년 중국의 최초 국제송유관인 중국-카자흐스탄 송유관 개통을 필두로 중국-러시아 송유관(2011), 중국-미얀마 송유관(2013)을 차례대로 완공하였다. 또한 중국-파키스탄 송유관, 중국-인도-이란 송유관, 제2차 중국-카자흐스탄 송유관 건설도 추진 중이다.

 

중국-미얀마 송유관·가스관 공동건설을 중국은 2004년 미얀마에 처음으로 제기하였다. 이듬해 2005년 10월 19일 제2차 중국-아세안(ASEAN+1)회의에서 양국은 구체적인 중국-미얀마 송유관 건설 문제를 협의하였다. 그 결과 중국의 3대 석유기업인 CNPC, Sinopec, CNOOC의 대표와 중국 윈난성 석유탐사국은 미얀마 국영석유천연가스기업인 MOGE(Myanmar Oil and Gas Enterprise)를 방문하여 송유관 건설 타당성 문제와 탐사계획안을 검토하였다. 2006년 10월 29일 양국 간의 송유관 · 가스관 공동건설에 대한 합의를 본 후, 2008년 11월 CNPC는 중국-미얀마 송유관 건설비용과 유관정책을 미얀마 정부와 확정지었다. 2009년 12월 20일 당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CNPC 간부일행은 미얀마를 방문하여 이 송유관의 중국 내 구간 771km공사를 착수시켰다. 그 뒤 2010년 6월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하여 2013년 12월 말에 완공되었다. 

    

중국-미얀마 송유관은 전체 길이 2380㎞(중국내 구간 771km, 미얀마 구간 1609km)로 미얀마의 서해 싯뜨웨(Sittwe)와 중국 서남부 쿤밍(昆明)을 연결한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미얀마 서부 벵골만 해안 도시인 짜욱퓨(Kyaukphyu) 즉, 심수항인 싯뜨웨에서 시작하여 만달레(Mandalay)와 라쇼(Lashio), 무세(Muse)를 거쳐 중국 서남부의 윈난성(雲南省) 접경도시인 루이리(瑞麗)를 지나 쿤밍까지 연결한다. 송유관 주최 건설사는 중국의 국유석유기업인 CNPC 산하에 있는 PetroChina와 미얀마의 국영석유가스기업인 MOGE이다. 건설비용은 약 15억 달러가 투입되었고 30년간 유관정책을 유지하도록 계약을 맺었다. 중국은 이 송유관을 통해 연간 약 2200만 톤의 석유를 수송할 예정이다. 더불어 중국은 2010년부터 미얀마에 30만 톤 원유부두와 60만㎥ 저장탱크를 건설 중이다.

    

중국-미얀마 송유관이 개통되면 중국은 연간 2200만 톤의 중동?아프리카산 석유가 최단거리 수송로를 통하여 안전하게 장기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송유관은 제3국 경유 없이 기존의 해상수송로 거리를 약 1200km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남서부를 미얀마의 벵골만과 연결시킨다면 탱커의 운송거리를 최장 4000km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석유의 운송거리, 운송시간, 운송비용을 절감시킨다. 또한 수송로를 다원화함으로써 해상수송로에 의존해야 했던 위험요소들을 분산시킬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 완공된 중국-미얀마 송유관은 이미 완공되어 운행 중에 있는 2개의 국제송유관과는 다른 점이 있다.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에 따르면 중국의 접경국인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는 각각 세계의 7위, 2위의 산유국이다. 그러나 미얀마는 산유국이라 칭하기엔 그 매장량 50억 배럴로 소량이다. 오히려 중국의 또 다른 접경국인 베트남이 매장량 4400억 배럴로 세계 28위 산유국이다. 이밖에도 동남아시아에서 말레이시아가 매장량 5800억 배럴로 세계 24위, 인도네시아가 4118억 배럴로 세계 30위의 산유국이다. 중국이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 손익계산을 한다면 미얀마 보다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송유관을 건설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2)


그러나 중국이 미얀마와 송유관을 건설한 것은 비경제적 고려를 보다 중시하였다는 것을 시사한다. 말하자면 중국이 미얀마와 송유관을 건설하려는 이유가 단지 산유국으로부터 수입한 석유를 미얀마로부터 안전하게 장기간 공급 확보, 접경국인 미얀마와의 지리적 이점으로 인한 석유의 운송거리?운송비용?운송시간 절감, 접경지역인 윈난성의 무역?경제 활성화 촉진, 중국기업의 투자 확대 등 경제적 이익 뿐 만은 아닌 것이다.


그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였다. 첫째, 중국-미얀마 송유관 건설은 정치엘리트의 외교업적과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중국은 석유기업 실무진이 아닌 국가주석 ? 부주석 ? 국무총리 등의 최고지도부가 송유관 건설 계약, 석유 및 광구개발권 확보 등 성공적인 자원외교 활약을 벌였다. 최고지도부가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의 원동력인 석유자원을 국내에 공급함으로써 외교업적과 리더십을 발현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둘째, 중국은 미얀마와 송유관 건설을 바탕으로 군사협력 강화와 더불어 양국 간의 국경분쟁을 예방하려 한다. 미얀마는 중국의 접경국가 14개국 중 3번째로 긴 국경선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자원과 송유관의 수송로 보호에 대한 양국의 공감대 형성은 군사협력 증진과 국경분쟁을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셋째, 윈난성에 거주하는 32개 소수민족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열악한 자연환경과 낙후된 산업시설로 빈곤지역인 윈난성은 중국 서부대개발의 핵심목표 지역이다. 즉, 중국정부는 서부대개발의 1단계인 송유관, 가스관, 철도, 도로, 공항, 발전소 등과 같은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함으로써 중국 소수민족의 경제발전 및 사회 안정화를 유도하여 분열 없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호하겠다는 목표를 갖는다. 


넷째, 미국의 세력권 확대에 대한 대응과 예방이다. 미국은 중국의 석유 해상수송로인 인도양, 말래카해협, 남중국해, 대만해협에 미군기지를 주둔시킴으로써 실질적으로 관할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와 국경을 마주한 중국 입장에서, 이 지역에 대한 미국 영향력 및 친미노선 확대는 곧 중국에게 위협이 된다. 이에 중국은 중국-미얀마 송유관 건설, 남·동중국해의 영토분쟁, 반미성향을 지녔던 미얀마와 캄보디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등을 통하여 미국에 대한 대응 및 견제 입장을 보였다.


다섯째, 중국이 미얀마와 송유관 건설을 통해 꾀하는 것은 인도양의 서남아시아와 태평양의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의 외교주도권과 영향력 확대이다. 5개의 접경국가를 가진 미얀마는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 중에서 가장 크고,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통해 인도양의 서남아시아로, 라오스와 태국을 통해 동남아시아로, 중국을 통해 동북아시아로 진출할 수 있는 육?해상통과국의 지정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중국은 미얀마와 송유관을 건설함으로써 에너지 실크로드와 바닷길을 갖게 되었고 이 지역에서 외교주도권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여섯째, 중국은 다자기구인 아세안+1을 적극 활용하여 미얀마를 포함한 동남아 국가와 평화적 협상과 타협을 끌어냈기 때문에 에너지 협력 및 안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평화적 부상, 책임대국 등 국가이미지를 제고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중국이 최근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국제송유관 건설은 단순히 유전 확보라는 경제적 실리 추구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고도의 국제정치적 이익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이것은 자원보유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석유수입국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자국의 정치경제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평화협력적 관계를 상징하는 국제송유관 건설은 송유관 관련국 및 그 주변국가에 대하여 영향력 확대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 때문에 이것은 중국의 팽창정책의 일환으로, 강대국(great power)의 굳히기 전략 및 지역 강대국(regional great power) 지위 확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중국의 국제송유관 건설은 중국정부의 대내외적 행보에 힘을 실어주었고 자원외교의 주요 행위자로 주목받으며 정치경제적으로 국가이익의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  




1) 중국은 1980년대까지 동아시아 최대의 석유수출국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이래 30년간 연평균 9.8% 고도의 경제성장, 1990년대 국내 대형유전 고갈현상,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부상, 현대화 등으로 인하여 1993년 석유수입국으로 전환하였다. ??峰, “中??取全球石油?源的?略??,”?代?太2010年02期, pp. 58-78.


2)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International Energy Outlook 2013
http://www.eia.gov/countries/; http://www.eia.gov/countries/country-data.cfm?fips=BM
(검색일 2013.11.17).